


Treat or Treat
"선택해. 사탕을 주든지, 아니면 사탕을 내놓든지."
데미안은 팔짱을 끼고 삐뚜름하게 선 자세로 웨인 저 정문으로 쳐들어 온 복장 불량 로빈을 쳐다보았다. 로빈 유니폼과는 색만 비슷할 뿐, 상의 밑단은 너덜거리고 부츠는 가죽이 닳아 색이 바래 있었다. 용돈이 부족한 티를 아낌없이 내고 있는 로빈은 부스스하던 머리를 헤어젤로 빳빳하게 세우고 두 손으로 얌전히 호박 모양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제법 로빈 다웠으니 플러스. 그 끔찍한 코스튬에는 마이너스. 그런데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 아냐?"
"로빈은 장난 따윈 치지 않아. 순순히 사탕을 내놓지 않으면 넌 나와 즐거운 캔디 크러쉬 타임을 보내게 되겠지. 벌써 1분 15초가 지났어.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걸."
가난한 로빈이 음산한 목소리로 유틸리티 벨트에서 카드 보드지로 만든 배터랭을 꺼내 들었다. 데미안은 달콤한 남새를 풍기는 배터랭을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노란색 페인트가 덕지덕지 발린 수제 유틸리티 벨트 안에는 끝이 구겨진 배터랭 뭉치와 반쯤 녹은 초콜릿과 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다.
"로빈은 사탕 따윈 먹지 않아."
데미안이 혀를 차며 로빈의 벨트를 가볍게 툭 쳤다. 수면 안대로 만든 도미노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눈이 개구지게 웃었다. 로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데미안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로빈은 실은 단 걸 좋아해. 패트롤 나갈 때마다 사탕을 한 움큼씩 가지고 다닌다고."
"절대 입을 닥치지 않는 파트너를 가졌으니 뭐라도 쑤셔 넣어서 입을 틀어막아야지."
"유능하고 슈퍼한 파트너가 저번에 먹었던 이름 어려운 초콜릿이 또 먹고 싶다고 전해달래."
"그건 내가 아니라 굿 윌(Good Will)에서 1달러에 주워온 유니폼을 입고 있는 로빈에게 말해야지. 뭐, 널 통째로 팔아도 그 초콜릿 하나도 살 수 없겠지만."
"이 티셔츠만 해도 30 달러짜리야. 정가보다 조금 싸게 주고 사긴 했어도."
"세일해서 8.99 달러 정도 했겠지."
"어떻게 알았어? 너 나 사찰 하냐?"
데미안이 말없이 로빈의 옷 뒤에 붙은 가격표를 떼어내 보여주었다. 로빈이 데미안의 손에 들린 가격표를 낚아채더니 히트비전으로 가볍게 태워버렸다. 이 코스튬을 준비하는데 쓴 시간과 돈이 얼만데 데미안은 사탕은 줄 생각도 안하고 자꾸 타박이었다. 조나단은 이주일 내내 데미안을 붙잡고 할로윈 파티에 같이 가자, 파티가 싫다면 퍼레이드라도 같이 가자며 이리 조르고 저리 졸라댔건만, 데미안은 조나단의 징징거림은 귓등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할로윈에 혼자 쓸쓸히 집에 있을 데미안을 생각해서 친구들도 다 뿌리치고 왔건만. 데미안은 도무지 이런 걸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연신 조나단의 꼬투리만 잡았다. 조나단은 살짝 입을 삐쭉거리더니, 데미안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얹었다. 순식간에 데미안의 뒤로 넘어간 조나단이 데미안의 목에 팔을 걸고 데미안의 뺨에 수제 배터랭을 꾸욱 찔렀다.
"잡담은 여기까지. 자, 사탕을 내놓지 않으면 나와 즐거운.....컥!"
"멍청하긴. 네가 방금 말했잖아. 로빈은 언제나 사탕을 들고 다닌다고."
데미안이 순식간에 조나단의 품에서 빠져나와 조나단의 입 안 가득 태피와 초콜릿을 쑤셔 넣었다. 채 입에 다 들어가지 못한 것들은 호박 바구니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알프레드가 할로윈을 위해 특별히 만든 것들이었다. 데미안은 그새 조나단의 배터랭을 빼앗아 들고 허공에 던졌다 받으며 입 꼬리만 끌어올려 웃었다.
"네 할로윈 놀이도 이 정도면 됐겠지. 패트롤 준비를 하고 나올 테니 밖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내 유니포믄 지베 있는데 (내 유니폼은 집에 있는데)?"
"어차피 네 허접한 유니폼이나 지금 입은 거나 별 차이 없잖아. 정문 근처 정원에서 기다려."
그제야 입안에 든 것들을 다 삼켜낸 조나단이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거든? 그리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은 건 아니지? 할로윈이라고!"
"오히려 오늘처럼 어린애 같은 이상한 전통에 흥분해서 날뛰는 사람들이 시가지에 깔리는 날에는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는 법이지. 네가 가슴에 R을 달고 있는 한 가짜라도 로빈의 일을 해야지?"
조나단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불만에 가득 찬 눈을 하고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 조나단을 보며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그럼 네 방에서 기다릴래. 정원은 너무 춥고 어두워."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저택 안에는 그레이슨이 와 있었다. 예민한 막내 동생에게 새 페어가 생겼다는 말에 호시탐탐 조나단의 얼굴을 볼 날을 노리고 있는 그레이슨이 지금 저 꼴을 한 조나단을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분명 매 할로윈마다 놀려 먹으면서 시끄럽게 굴겠지.
"웨인 저에 가짜 로빈을 들여놓을 수는 없잖아. 네가 가짜 로빈들 중 유일하게 웨인 저 정문을 넘어왔다는 걸로 만족하도록 해."
#
"이게 아닌데."
조나단이 운동화로 바닥을 툭툭 치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원래 계획은 데미안이 사탕을 줄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서 그대로 납치한 다음 메트로폴리스 시내에서 열리는 할로윈 퍼레이드에 같이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사탕도 받고 패트롤도 돌게 생겼다.
"할로윈인데 패트롤이 무슨 말이야. 아니 패트롤도 중요하지. 중요한데. 그래도 할로윈이잖아. 일 년에 한번 뿐이라고."
애늙은이 같으니, 뭐가 가짜 로빈이라도 로빈의 일을 해야지야, 가짜라고 집에 들여보내주지도 않으면서. 맨날 기준이 제멋대로야.
조나단은 종알종알 데미안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며 정문을 향해 걸었다. 쓸데없이 넓고 웅장한 웨인 저의 정원은 밤이 되니 낮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이 풍겼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정원수도, 관목으로 만들어진 미로도 낮에는 마냥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밤과 숲이 한데 어둠 속에 묻혀 같은 숨을 내뱉고 있었다. 밤이 바람에 들썩이면서 기괴한 소리를 내고, 숲 속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가 달빛을 받아 불길하게 반짝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조나단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발 닿는 대로 걷다보니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왔는지 어느새 정원 조명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조나단의 키보다 열배는 더 큰 높은 나무들 사이로 유난히 붉은 달이 언뜻 비쳤다.
달은 아주 천천히, 지나간 흔적마다 점점이 핏자국 같은 붉은 그림자를 덧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조나단은 이토록 붉은 달을 본 적이 없었다. 느리게, 그리고 불길하게 너울거리는 달무리를 보면서 조나단은 언젠가 보았던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아빠의 무릎 위에 앉아서 보았던 옛날 영화에 속에서는 모두가 고장 난 라디오처럼 말하며 과장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죽은 이의 머리칼을 씻기며 세례를 내리던 사제처럼, 죽음 이후에서야 비로소 그 탄생을 축하받았던 이름 모를 시체도, 모두 매끈한 얼굴을 하고 인형처럼 웃고 있었더랬다.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잘못된 장소에서, 최악의 방법으로 어긋나고 있는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 노이즈가 잔뜩 낀 흑백 화면 위로 언젠가 데미안이 해주었던 말들이 자막처럼 떠올랐다.
[웨인 저의 수목들은 인간의 피와 살점의 맛을 기억하고 있지. 생각해봐, 이 고담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부와 권력을 누려온 집안에 과연 피가 한 번도 안 흘렀을까?]
급격하게 불안해진 조나단이 양팔을 껴안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곧장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금방 나오겠다더니, 이미 한 시간쯤 지난 것 같은데 데미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정문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늦은 건 그쪽이 먼저니 데미안의 방으로 쳐들어가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
조나단이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하늘로 날아오르려는데, 망토가 어디 나뭇가지에라도 걸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망토가 찢어지지 않게 살짝 잡아당기자, 이번엔 되레 조나단의 몸이 땅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그마한 그림자가 조나단의 망토를 붙잡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슬쩍 작은 그림자 위를 흘러갔다. 자세히 보니 로빈 코스튬을 입은 어린 아이였다. 아이는 제법 섬세하게 만들어진 코스튬을 입고, 허리에는 제 키만 한 칼도 차고 있었다. 이제 한 일곱 살 정도 되었을까, 조나단 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아이의 얼굴은 커다란 후드에 가려져 있었다.
"꼬마야, 길을 잃었니?"
조나단은 땅으로 내려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웨인 저에 사탕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자기 말고도 또 있다니. 조나단은 반가운 마음에 웃어 보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손을 놓으면 조나단이 도망가기라도 할 것처럼, 조나단의 망토를 세게 그러쥐고 탐색하는 시선으로 뚫어져라 조나단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온기가 없어서 조나단은 작은 새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더 넓고, 더 많은 빛의 결을 구분할 수 있는 새처럼, 아이는 조나단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조나단이 아닌 전혀 다른 무언가를 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나단은 묘한 아이의 반응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어둠 속을 혼자 헤맸을 아이가 겁먹지 않도록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둘 다 로빈이구나. 역시 고담에서는 로빈이 인기가 좋은걸? "
그 순간, 인형 같던 아이가 순식간에 살기와도 비슷할 정도의 분노를 내비쳤다. 아이는 쇳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비웃음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검을 뽑아들고 조나단에게 달려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급소를 노리는 움직임이었다. 당황한 조나단이 제 품으로 칼을 찔러드는 아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으로 받아냈다. 챙강,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부러지고, 희게 질린 얼굴을 한 조나단이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위험하잖아! 난 그냥 인사를 했을 뿐이라고!"
아이는 칼이 부러지자마자 조나단의 목에 두 다리를 걸고 그의 목을 부러뜨리려 들었다. 이유도 없이 난폭하게 들려드는 아이에게 화가 난 조나단이 거꾸로 들어 올려 제 등에 걸쳐 메었다. 아이는 덫에 걸린 야생 동물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고, 조나단은 혹시라도 아이가 다칠까봐 깃털처럼 아이를 다루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던 와중, 조나단은 아이의 가슴과 등 부분에 시커먼 얼룩이 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심스레 얼룩에 손을 대어보니 오래되어 끈적끈적해진 핏자국이 묻어났다.
안 그래도 희게 질려있던 조나단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다쳤니? 어디서 다친 거야? 어, 어떡하지. 잠깐만, 움직이지 마. 상처가 더 벌어지잖아!”
조나단이 심각한 상처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계속 제게 덤벼드는 아이를 온 몸으로 끌어안았다. 금방이라도 품 안의 작은 아이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병원에, 아니 알프레드나 데미안이라도 불러야 할 것만 같은데. 이렇게 날뛰는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집 안까지 데려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조나단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연신 아이를 달랬다.
“무섭지 않아. 널 해치지도 않을 거야.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나랑 함께 가자. 이대로라면 정말로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내가 싫으면 데미안을 불러올게. 그 애는 똑똑하니까, 반드시 널 도와줄 거야.”
아이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녹슨 쇳덩어리들끼리 부딪히는 것 같은 거친 숨소리가 느려지고, 조나단의 등과 어깨를 할퀴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조나단이 진정하기 시작한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낮게 속삭였다.
“너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널 네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제발.
아이가 세게, 손톱이 부러져나갈 정도로 세게 조나단의 목을 끌어안았다. 후드가 벗겨져 아이의 동그란 이마가 드러났다. 조나단은 울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간신히 얌전해진 아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하며 아이를 마주 안았다. 이 애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째서 이렇게 다친 상태로 정원을 떠돌고 있었는지, 그런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이 작은 로빈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조나단이 천천히 몸을 띄웠다. 작은 로빈의 등을 단단히 받치고, 아이가 아래를 보고 당황하지 않게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얼굴을 제게 가까이 끌어당겼다. 어둡기만 했던 정원이 멀어지고, 나뭇가지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밤하늘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야 온전히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조나단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구름이 가신 하늘 위에서 조나단이 아이의 뺨을 감싸 안고 맑게 웃었다.
"너 정말 데미안이랑 똑같이 생겼구나. “
#
조나단이 데미안의 방 발코니에 내려섰다. 다시 인형처럼 얌전해진 작은 로빈을 조심스레 발코니에 내려놓고는 창문을 두드리려는데 반대쪽에서 벌컥 문이 열렸다.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아래로 내린 데미안이 험악한 표정으로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그레이슨에게 붙잡혔어.”
“...데미안?”
조나단이 눈을 깜빡거리며 얼빠진 목소리로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은 반쯤 걸레짝이 된 조나단의 코스튬을 보고는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기에 사냥개와 강도에게 동시에 털린 노숙자 같은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데미안, 그거 혹시 슈퍼보이 코스튬이야?”
조나단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데미안의 주위를 빙글 돌았다. 데미안은 찢어진 청바지와 가슴에 S가 붙은 슈퍼보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차마 맨 얼굴로 나설 순 없었는지 도미노를 쓰고 있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오리지널 슈퍼보이보다도 더 슈퍼보이 같은 차림새였다.
“오늘은 네가 로빈이니 누군가는 슈퍼보이를 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이주 내내 슈퍼보이 옷 입어달라고 했을 때는 듣지도 않았잖아.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데미안, 이 애를 좀 봐줘. 너무 피를 많이 흘렸어.”
조나단이 작은 로빈을 내려놓은 발코니 한 구석을 가리켰지만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당황한 조나단이 발코니 주변을 돌며 아이를 찾았지만 그 사이에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지 어디에도 아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방금까지 작은 로빈하고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거지?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부모님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조나단의 옆에서 데미안이 웨인 저 내의 감시 카메라 서버에 접속했다.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조나단의 말과는 달리, 감시 카메라에는 조나단의 모습 외엔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정말로 여기 있었단 말이야. 그 꼬마가 내 옷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글쎄. 할로윈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라니 어쩌면 귀신이라도 본 걸지도 모르지.”
“거짓말이지..........거짓말이라고 해줘. 귀신 같은 게 진짜로 있을 리가 없잖아.”
“외계인이 입에서 그런 소릴 듣고 있자니 신선하긴 하네.”
“데미안…….”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조나단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애는 부모님을 만났을까. 그래서 상처도 치료받고,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이 어두운 밤을 더는 혼자 헤매지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렇게 무사히 제가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갔을까.
조나단은 제게 안겨서 가늘게 몸을 떨던 아이를 떠올렸다.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피를 그토록 많이 흘렸는데, 아무도 없는 그 새카만 밤에 혼자 버려져서, 발자국도 남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두렵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아직도 조나단의 귓가엔 윙윙거리는 숲의 소리가, 유리조각이 섞인 모래처럼 날카롭게 사글거리던 아이의 숨소리가 이명처럼 남아 있었다.
“그 애, 정말 너를 많이 닮았었는데.”
우울해진 조나단이 무릎 사이에 얼굴을 대고 눈을 깜빡거렸다. 목 속에 걸린 가시처럼,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자꾸만 조나단을 찔러댔다. 데미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나단을 내려다보다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변덕에 휩싸여 툭 대답을 던졌다.
“그래.”
조나단의 머리 위에서 데미안의 손이 빈 허공을 헤집었다. 데미안의 손은 세 번쯤 조나단의 머리카락 위를 스쳤다가, 두 번 쯤은 조나단의 귓불 어딘가를 헤매다가 마침내 조나단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위로라도 하는 것처럼. 조나단이 제 머리 위로 손을 올려 데미안의 손등 뼈의 가장 무른 부분을 부드럽게 문지르다가, 도드라진 뼈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더듬어 올라갔다. 어린 짐승들이 서로의 목덜미를 문지르고, 가장 여린뼈를 입속에 넣어 데워주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아마도 그랬을 거야.”
돌아가기
